상증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한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 제5항의 무효 여부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6두43411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형에게 주권상장법인 A주식회사의 발행 주식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도하면서 그 매매대금을 당일 한국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인 1주당 65,500원으로 정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원고의 형은 이 사건 상장주식을 매수함으로써 A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과세관청은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 제5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구 상증세법 제63조 제1항 제1호 가목 및 제3항을 적용하면, A회사는 원고를 포함한 ‘최대주주 등’이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하여 보유하고 있으므로 평가기준일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종가 평균액 64,178원에 최대주주 등 할증률 30%를 가산한 1주당 83,431원을 이 사건 상장주식의 1주당 ‘시가’로 보았다.
이에 따라 원고가 특수관계에 있는 형에게 이 사건 상장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인 1주당 65,500원으로 계산하여 양도소득세를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보고 수정신고할 것을 안내하였다. 원고는 과세관청에 이 사건 상장주식의 ‘시가’를 1주당 83,396원으로 산정하여 양도소득세 등을 수정신고.납부한 후, 경정청구를 하였다.
2. 쟁점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 내용이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으로 위헌·위법하여 무효인지 여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에서 ‘시가’는 그 거래일의 종가에 따른다고 하고 있으므로, 개인을 법인에 비해 차별하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3. 판결내용
[다수의견]
(가)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7조 제5항(이하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이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한 것을 두고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구 소득세법(2012. 1. 1. 법률 제11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1조 제5항이 대통령령에서 정할 것을 위임한 ‘부당행위계산에 필요한 사항’에는 부당행위계산의 기준이 포함된다.
이러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에 필요한 기준에 양도자산의 ‘시가’에 관한 평가 규정이 포함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시가’를 찾기 위한 평가방법은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구 소득세법 등은 그에 관한 구체적인 입법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채 위임을 통하여 시행령 조항의 입법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입법재량을 부여하였다.
② 시행령 조항은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위임 취지를 실현한 것이다.
시행령 조항에서 상장주식의 ‘시가’를 평가하는 방법을 규정한 것이 구 소득세법의 위임에 따른 것임은 분명하다. 시행령 조항이 상장주식의 시가평가의 방법으로 구 상증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한 것은 법률의 위임 목적에도 부합한다.
(나) ① 시행령 조항 중 ‘거래일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한국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이하 ‘종가’라 한다) 평균액을 상장주식의 시가로 간주하는 규정’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장주식은 증권시장의 동향에 따라 시세 변동의 폭이 매우 커 거래가 체결된 특정 시점의 시세가액만으로는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시행령 조항 중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상장주식의 양도 당시의 시가를 산정할 때, 현실적으로 경영권 이전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따지지 않고 그 최대주주 등의 주식 보유비율에 따라 일정한 비율의 할증률을 가산하는 규정’ 역시 합리성과 정당성을 긍정할 수 있다.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은 특수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정한 거래가액이 법령에서 정한 ‘시가’와 차이가 난다는 사정만으로 어떠한 예외도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도 시행령 조항을 가리켜 최대주주 등의 재산권이나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② 시행령 조항이 상장주식의 시가평가와 관련하여,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 제1항을 준용하지 않고 구 상증세법의 상장주식 시가평가 조항을 준용한 것은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음과 같은 사정들도 함께 고려하면 시행령 조항이 상장주식의 시가평가와 관련하여 개인과 법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저가양수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관하여 규정한 구 상증세법 제35조 제1항에서 정한 ‘대가와 시가의 차액’과 구 소득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이 적용됨에 따라 양도인에게 추가로 인정되는 소득금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금액이어야 한다. 시행령 조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한다)상 ‘시가’와 소득세법상 ‘시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여야 한다는 관점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합리성을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 이외에도 시행령 조항은, 양도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거래가액과 증빙자료의 조작이 어렵고 장부 등 증빙자료의 조사를 통한 실지거래가액의 파악이 용이한 데 반해, 양도인이 개인인 경우에는 거래당사자들이 통모하여 거래나 자금 이동의 시기를 조작하거나 계약 해제 및 재계약 등의 외관을 꾸며내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과세관청이 그러한 사정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다) 결국 시행령 조항을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4. 판결의 의미
본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루어졌다. 특이하게도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한 표차이기 때문에 반대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크다.
<판결내용 요약>
|
다수의견(7인)-결론 : 유효 |
반대의견(6인) -결론 : 무효 |
포괄위임금지위반여부 |
상위법에서 ‘시가’ 평가 규정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음. 시가를 찾기 위한 평가방법은 다양하므로 입법재량이 인정되어 포괄위임 아님. |
소득세와 상증세는 조세의 성격과 과세요건이 상이함. 납세의무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을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음. 양도가액이나 양도차익과 같은 과세요건을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없음. |
재산권․ 계약자유원칙 침해 여부 |
특정 시점의 시세가액만으로는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거래일 이전․이후 각 2개월의 기간은 주식의 내재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기간으로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해치지 않음. 최대주주 보유 주식은 거래현실상 일반적으로 높게 평가되므로, 일률적으로 20~30% 정도 할증평가한 것은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 내임. 거래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면 적용이 배제될 수 있음. |
소득세법상 자산의 양도가액은 양도 당시를 기준으로 하고, 부당행위계산부인 판단의 기준시점도 거래 당시라는 원칙에 위반함. 경영권 프리미엄을 수반하지 않는 최대주주의 보유주식도 할증하여 평가하므로 부당행위계산부인의 취지에 위반함.
|
평등원칙 위배 여부 |
입법자는 비교적 넓은 입법재량을 가짐. 양도인이 법인인 경우 상대적으로 장부 등 조작이 어렵고 증빙자료 조사를 통해 실거래가 파악이 용이한 반면, 개인인 경우에는 실거래가를 파악하기 어려움. |
문제의 발단은 상장주식 양도에 대한 부당행위계산부인 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서 ‘시가’ 판단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세법 제101조 제5항은 ‘부당행위계산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으로 정한다.’고 하고 있고, 위임받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 제5항 ‘시가는 구 상증세법 제60조 내지 제64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평가한 가액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반면, 법인세법 제52조의 위임을 받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은 ‘상장주식을 한국거래소에서 거래한 경우 해당 주식의 시가는 그 거래일의 종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도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한국거래소의 종가가 시가이지만, 개인인 경우에는 거래일 전후 각 2개월간 한국거래소의 종가 평균이 시가이고 최대주주의 경우 할증평가를 한 금액이 시가가 된다.
조세법률주의원칙상 납세의무자 등의 과세요건 등은 법률에서 정하여야 하고 하위 법령에 위임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소득세법이 시가를 위임할 때 입법자에게 넓은 입법재량을 부여하였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반대의견은 상위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초창기에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조세법령의 위헌선언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입법이 많이 정비되고, 비정형적인 조세회피 행위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입법자의 재량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다 보니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선언은 크게 줄어들었다.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다수의견은 입법목적과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이 배제될 수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대의견의 논거와 같이 경영권 프리미엄이 수반되지 않는 최대주주의 보유주식에 대해 일률적으로 할증평가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참고로 2019년 말 세법 개정으로 2020. 1. 1. 이후 증여분부터는 일반기업의 경우에는 최대주주 할증율이 20%로 일원화되었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할증을 하지 않는다.
'조세판례평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에 한 과세처분의 효력 (0) | 2021.03.01 |
---|---|
납세보증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 지정-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두36687판결 (0) | 2020.12.13 |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의 범위-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두72935 판결 (0) | 2020.11.01 |
특례 부과제척기간 인정 범위-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두30757 판결 (0) | 2020.10.03 |
이월결손금에 대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두63788 판결- (0) | 2020.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