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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Real Doll)'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인가

by 영순K 2021. 2. 14.

'리얼돌(Real Doll)'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인가

작년 5월 17일 리얼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FC서울은 이날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였다. 무관중이었지만 경기 분위기를 위해 20여개의 성인여성 형태를 띤 인형들이 응원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한 마네킹이 아니라 성인용품으로 제작된 리얼돌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관세청은 리얼돌의 수입통관을 보류하고 있다.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원은 리얼돌은 음란물이 아니라 성기구라고 판단하고, 수입통관을 허용하라고 판단하였다. 

 

Pixabay License

법원의 이런 판단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맥을 같이 한다. 2013년에 헌법재판소는 음란물 판매죄에 대한 위헌성을 심사할 때, 성기구는 음란물과 다른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성기구는 일반적인 성적인 표현물과는 달리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서, 그것은 단순한 성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러한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2011헌바176 형법제243조 등위헌소원 성기구 관련 음란물건판매죄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보충의견 중에서)"

 

관세청은 성기구의 수입통관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이다. 수입하는 사람이 이의신청을 하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개별적으로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성기구는 점점 음성적인 시장으로 숨어버린다. 성기구가 남녀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말하듯이 이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으로 위해 제작되고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사용된다. 

 

작년 12월에 기가 막힌 뉴스가 있었다. 카자흐스탄 남성 유리 톨로츠코가 '리얼돌' 여자친구 마고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외신의 보도였다. 톨로츠코는 마고와 지난 2년 동안 교제한 끝에 지난 지인들을 초대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를 정신병자로 취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무생물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정서적 애착관계를 형성한다면, 인생의 반려자(?)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미래 사회에 인간이 로봇 강아지, 로봇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없을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시대가 변하면 법 해석도 변해야 한다. 법 해석은 언제나 살아서 꿈틀거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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